어제 출근길에 개미들이 전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평소 개미는 조금만 건드려도 도망가기 바쁜 약한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니 살자고 도망가는 개미가 한마리도 없네요..

 

저렇게 목숨걸고 싸우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개미들의 사정도 있겠지요..

 

자세히 보면 개미들이 거의 1:1로 머리를 맞대고 싸우고 있습니다.

둘 중에 누가 죽어야만 끝내려나 봅니다.

언제쯤 전쟁이 끝날까요?

 

 

이 많은 숫자의 개미들이 이렇게 싸우는 이유를 알수는 없지만,

누군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것은 "생존"을 놓고 "생사"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클것 같습니다.

 

 

오른쪽에는 정말 많은 개미들이 겹치고 또 겹쳐서 층을 이루어 싸우고 있네요.

적과 아군을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치열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아직도 싸움이 끝나질 않았네요.

어제부터 24시간 동안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정말 죽을때 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최후의 한마리가 죽을때까지 끝장을 보려고 하나봅니다.

갑자기 개미들에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아래 사진이 오늘 아침 사진입니다. 어제의 격전지는 이제 개미 시체들만 남았습니다.

셀 수도 없는 많은 개미들의 몸이 동강이 난 시체가 되어 무더기로 쌓여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전쟁터가 왼쪽으로 이동하여 거기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상시 그렇게 겁많은 개미들이 스스로 죽으러 가는 힘은 어디서 난걸까요?

이 개미들은 함께 사는 삶이 아니면 사는 의미가 없나봅니다.

우리 같으면 겁이 나서라도 도망을 가거나 전쟁이 끝날때까지 숨어 있을 텐데...

개미들은 개인의 생존을 선택하지 않고 함께 죽는 것을 택하니 말입니다...

왠지 울컥하네요....

 

개미들에게도 군법이 있을까요?

전쟁터에서 도망하면 즉결 처형하는....

그런건 없어보입니다.

그런데도 도망가는 개미가 없어보입니다.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이 전멸해야 끝나는 싸움 같아 보입니다.

 

이기는 쪽도, 지는 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우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미들의 삶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개미는 정말 자발적으로 이 모든 희생을 하는 모양입니다.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 지내요.

개미야 네가 나보다 더 멋진 삶을 살고 있구나....

 

이 많은 개미들이 왜 죽어갔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을 것이고,

비 한번 오면 이 많던 개미의 주검들도 쓸려가서 흔적도 없을 겁니다.

알아주는 이도 없고,

기억해 주는 이도 없는데,

개미들은 그래도 죽으러 가네요.

 

 

개미 하나 하나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이 달린 세상의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인데,

멀리서 보는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구경거리일 뿐이고,

그나마 잠깐의 관심이 지나면 가던 길을 가는 작은 사소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 삶도 내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겠지만,

타인에게는 사소한 구경거리정도의 삶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에 실망하기 보다는,

오늘 내게 주어진 작은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 할 수 있을까에 전념하고 싶네요.

 

 

Posted by 작은소리
,